말레이시아는 왜 다민족 국가가 되었을까?|살아보면 보이는 조금 특별한 사회


말레이시아는 다민족 국가입니다. 하지만 처음 이곳에 왔을 때는 그 의미를 제대로 알지 못했습니다.

말레이시아에 처음 왔을 때 사람들을 만나면서 정말 신기했던 일이 있습니다.

누가 봐도 중국 사람처럼 보여서 물어봅니다.

“Where are you from?”

“Malaysian.”

어? 말레이시아 사람이라고?

이번에는 누가 봐도 인도 사람처럼 보이는 사람에게 물어봤는데 또 “Malaysian”이라고 합니다.

처음에는 정말 이상했습니다.

‘뭐야? 왜 이래?’

지금 생각하면 웃기지만 당시에는 말레이시아라는 나라를 잘 몰랐으니 정말 그랬습니다.

중국계도, 인도계도 모두 말레이시아 사람입니다

말레이시아는 말레이계, 중국계, 인도계 등 다양한 민족이 함께 살아가는 다민족·다문화 국가입니다.

특히 제 주변에는 중국계 말레이시아인(Malaysian Chinese)이 정말 많습니다. 한국 사람들끼리는 편하게 ‘말차’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처음에는 외모만 보고 중국 사람이라고 생각했지만 이들 중 상당수는 부모, 조부모 세대를 넘어 오랫동안 이곳에서 살아온 말레이시아 사람들입니다.

인도계 말레이시아인(Malaysian Indian)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이곳에서는 생김새만 보고 어느 나라 사람인지 짐작하는 것이 별 의미가 없다는 것을 금방 알게 됩니다.

왜 여러 민족이 함께 살게 됐을까?

말레이반도는 오래전부터 중국과 인도, 동남아시아를 연결하는 중요한 해상무역 지역이어서 다양한 사람들이 오갔습니다.

특히 영국 식민지 시대에는 경제개발과 노동력 수요로 중국과 인도에서 많은 사람들이 이주했습니다. 중국계 이주민들은 주석 광산과 상업 등에 종사했고, 인도계 이주민들은 고무농장과 철도 건설 등 여러 분야에서 일했습니다.

그리고 이들이 모두 돌아간 것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 정착했고, 그 자녀와 후손들이 계속 말레이시아에서 살아왔습니다.

그렇게 여러 세대를 거치면서 지금의 다민족 사회가 형성되었습니다.

“저 3개 국어 해요”가 특별하지 않은 나라

제가 처음 정말 부럽다고 느꼈던 것도 언어였습니다.

주변의 중국계 말레이시아인들을 보면 말레이어와 영어에 중국어 계열 언어까지 3개 이상의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이 꽤 많습니다. 인도계 역시 말레이어와 영어, 타밀어 등 여러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물론 모든 말레이시아 사람이 3~4개 국어를 유창하게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그런데 처음에는 정말 놀랐습니다.

한국에서 누가 “저 3개 국어 해요”라고 하면,

“오~!”

다시 한번 쳐다보게 되잖아요. 대단하다는 생각도 들고요.

그런데 여기서는 여러 언어를 사용하는 것이 생각보다 특별한 일이 아닙니다.

‘말레이어 하고, 영어 하고, 중국어도 한다고?’

처음에는 정말 부러웠습니다.

그리고 이런 환경을 이해하고 나니 앞선 글에서 이야기했던 ‘말레이시아에서는 왜 영어가 비교적 잘 통할까?’라는 궁금증도 자연스럽게 풀렸습니다.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는 사회이고 영어 역시 교육과 비즈니스, 일상적인 의사소통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언어만 다른 것이 아니라 종교도 다릅니다

말레이시아의 다양성은 언어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이슬람교가 연방의 종교이지만 불교, 기독교, 힌두교 등 다양한 종교를 가진 사람들이 함께 살아갑니다.

생활하다 보면 모스크뿐 아니라 중국계 사원과 힌두교 사원, 교회도 자연스럽게 만나게 됩니다.

음식문화에서도 차이가 보입니다. 무슬림에게는 할랄(Halal)이 중요하고 돼지고기와 술을 판매하지 않는 식당도 많습니다. 반대로 중국계가 많이 이용하는 식당에서는 돼지고기를 사용하는 음식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이런 차이가 낯설었지만 시간이 지나면 누구와 함께 식사하느냐에 따라 식당을 선택하는 것도 자연스러워집니다.

달력만 봐도 말레이시아가 보입니다

제가 재미있게 느꼈던 것 중 하나가 명절과 공휴일입니다.

무슬림의 Hari Raya Aidilfitri, 중국계의 Chinese New Year, 힌두교의 Deepavali가 있고 Christmas도 공휴일입니다.

명절이 다가오면 쇼핑몰 분위기도 완전히 달라집니다.

중국명절 Chinese New Year가 오면 온통 빨간색으로 바뀌었다가 말레이시아 최대 명절 Hari Raya가 다가오면 또 다른 분위기로 변합니다. Deepavali와 Christmas가 오면 다시 새로운 장식이 등장합니다.

처음에는 ‘여기는 왜 이렇게 명절이 많지?’ 싶었는데 이제는 이것만큼 말레이시아를 잘 보여주는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서로 다른 민족과 종교의 중요한 날들이 한 나라의 달력 안에 함께 들어 있으니까요.

알고 나니 말레이시아가 다르게 보였습니다

생각보다 말레이시아에 오래 살게 되면서 저는 말레이시아의 역사와 문화를 조금 더 본격적으로 공부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평소에는 그냥 지나쳤던 것들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하더라고요.

왜 이런 문화가 생겼는지, 왜 여러 언어를 사용하는지, 왜 내가 예상했던 것과 다른 방식으로 행동하는지 그 배경을 알고 나니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아졌습니다.

아직도 생활 하다보면(특히 행정 처리 등) 가끔은 답답한 일도 있고 ‘왜 이렇게 하지?’ 싶은 순간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알고 나면 모든 것에 동의하지는 않더라도 ‘아, 이런 배경이 있으니까 그럴 수도 있겠구나’ 하고 한 번 더 생각하게 됩니다.

그렇게 이해하는 것이 늘어나면서 말레이시아라는 나라에 대한 애정도 자연스럽게 생기더라구요.

서로 다른 얼굴과 언어, 종교와 문화를 가지고 있지만 같은 공간에서 살아가기 위해 상대방의 차이를 인정하고 서로의 문화를 존중하는 모습도 일상에서 자주 보게 됩니다.

무슬림과 식사를 한다면 자연스럽게 할랄 식당을 생각하고, 서로 다른 민족의 명절이 오면 축하 인사를 건넵니다.

누군가에게는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이겠지만 한국에서 자란 제 눈에는 이런 모습들이 꽤 인상적이었습니다.

나와 다르다는 것이 이상한 것이 아니라 그냥 다른 것.

처음에는 중국 사람처럼 보이는데 “Malaysian”이라고 해서 신기했고, 인도 사람처럼 보이는데 또 “Malaysian”이라고 해서 의아했던 나라.

이제는 서로 다른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I’m Malaysian.”이라고 말하는 그 모습이 제가 생각하는 가장 말레이시아 다운 풍경이자, 이 나라를 좋아하게 된 이유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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