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는 이슬람 국가인데 생활하기 불편하지 않을까?|직접 살아보니

말레이시아에 오기 전 ‘이슬람 국가’라는 말을 들으면 조금 낯설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저 역시 그랬습니다. 히잡을 쓴 여성들, 기도 소리, 돼지고기와 술을 먹지 않는 문화, 라마단의 금식….

한국에서는 이슬람 문화를 가까이에서 접할 일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내가 그곳에서 불편하지 않게 살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했었답니다.

그런데 실제로 살아보니 제가 막연하게 상상했던 모습과는 꽤 달랐습니다.

히잡과 긴소매, 바로 옆에는 민소매와 반바지

말레이시아에 처음 오면 눈에 들어오는 것 중 하나가 히잡을 쓴 무슬림 여성들입니다.

히잡으로 머리를 가리고 긴소매 옷에 긴치마나 긴바지를 입은 모습을 마트, 학교, 쇼핑몰, 회사 어디에서나 자연스럽게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바로 옆에는 끈나시나 민소매에 반바지를 입은 중국계나 다른 종교의 여성들도 흔하게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한쪽에서는 온 몸을 가린 히잡을 쓴 사람이 지나가고, 바로 옆에서는 전혀 다른 옷차림의 사람이 걸어갑니다.

처음에는 이 모습도 참 신기했습니다.

말레이시아가 이슬람 문화만 존재하는 나라가 아니라 여러 민족과 종교가 함께 살아가는 나라라는 것을 일상에서 쉽게 느낄 수 있는 장면이기도 합니다.

쇼핑몰에도 기도실이 있습니다

말레이시아에서 생활하다 보면 Surau(수라우)라는 표시를 자주 보게 됩니다. 무슬림들이 기도할 수 있도록 마련된 기도실입니다.

쇼핑몰, 공항, 병원, 고속도로 휴게소 등 여러 곳에 별도의 기도 공간이 있습니다.

무슬림에게는 하루 다섯 번의 의무 기도가 있기 때문에 일상생활 중에도 기도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한 것입니다.

여자화장실 바닥은 왜 이렇게 젖어 있을까?

처음에는 이해하지 못했던 생활문화도 있습니다.

공중화장실에 갔는데 바닥과 변기가 흠뻑 젖어 있는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청소를 방금 했나?’

처음에는 저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말레이시아에 처음 온 한국분들 중에는 “화장실이 왜 이렇게 더러워?”, “바닥이 항상 젖어 있어서 불편해.”라고 이야기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화장실을 건조하게 관리하는 환경에 익숙하다 보니 충분히 그렇게 느낄 수 있습니다.

말레이시아 화장실에는 물로 씻을 수 있는 호스나 비데 스프레이가 설치된 곳이 많습니다. 이슬람 문화에서는 화장실 사용 후 물을 이용해 몸을 깨끗하게 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고, 기도 전에도 몸을 정결하게 하는 문화가 있습니다.

물론 화장실 바닥이 젖어 있는 모든 이유가 종교 때문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시설 관리나 이용 습관 등 여러 이유가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처음에는 단순히 ‘화장실이 지저분하다’고 생각했던 것도 이런 문화적 배경을 알고 나면 조금 다르게 보입니다.

저 역시 이제는 ‘왜 이렇게 관리하지?’라고 짜증 내기보다 ‘우리와 생활방식이 조금 다른 것이구나’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미끄러운 바닥은 여전히 조심해야 합니다.

할랄은 단순히 돼지고기를 안 먹는다?

말레이시아에서 정말 자주 보는 단어가 할랄(Halal)입니다.

처음에는 저도 ‘돼지고기가 들어가지 않은 음식’ 정도로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할랄은 이슬람 율법에서 허용되는 것을 의미하는 더 넓은 개념입니다. 음식의 원재료뿐 아니라 육류의 도축, 조리와 가공 과정 등도 중요합니다.

그래서 돼지고기가 들어가지 않았다고 무조건 공식적인 할랄 인증 음식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무슬림은 돼지고기를 먹지 않고 술도 마시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비무슬림인 우리까지 먹을 수 없는 것은 아닙니다.

중국계가 많이 사는 지역에는 돼지고기를 파는 식당도 많고, 대형마트에서는 Non-Halal 코너가 별도로 마련된 곳도 있습니다. 돼지고기뿐 아니라 술도 별도의 판매 공간에서 구입할 수 있습니다.

다만 술은 꽤 비싸게 느껴집니다. 말레이시아는 주류에 높은 세금이 부과되기 때문입니다.

한 달간의 라마단, 저녁이면 풍경이 달라집니다

이슬람 문화를 가장 직접적으로 느끼는 시기가 라마단(Ramadan)입니다.

라마단은 이슬람력의 한 달로 약 29~30일간 이어집니다. 이 기간 무슬림들은 해가 떠 있는 동안 음식과 음료를 삼가며 금식합니다.

제가 생활하는 지역에서는 라마단 기간 해가 지는 저녁 7시 전후부터 식당에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하고, 7시 반쯤이면 줄을 서 있는 곳도 많습니다.

테이블에 음식이 이미 나와 있는데 아무도 먹지 않고 기다리는 모습을 처음 봤을 때는 참 신기했습니다. 금식을 끝낼 시간이 되면 그제야 식사를 시작합니다.

곳곳에 Ramadan Bazaar도 열리고 라마단이 끝나면 큰 명절인 하리라야(Hari Raya Aidilfitri)가 찾아옵니다.

술 취한 사람을 거의 보지 않는 생활

말레이시아에서 오래 살다 보니 한국에 갔을 때 오히려 낯설게 느껴진 경험도 있습니다.

어느 날 엘리베이터에서 술에 많이 취한 아저씨와 단둘이 타게 됐는데 너무 불안하고 무섭게 느껴졌습니다.

예전 한국 생활에서는 흔히 볼 수 있었던 모습인데, 말레이시아에서 오래 살다 보니 저에게도 낯선 풍경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생각해보니 제가 생활하는 지역에서는 길에서 술에 취해 비틀거리거나 큰소리를 내는 사람을 마주치는 일이 거의 없었습니다.

물론 말레이시아에서도 비무슬림은 술을 마시고 바와 클럽도 있습니다. 따라서 ‘이슬람 국가라서 말레이시아는 무조건 안전하다’고는 말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술에 심하게 취한 사람과 마주치는 일이 적다는 점은 제 생활에서는 꽤 편안했고, 심리적으로 더 안전하게 느껴졌습니다.

말레이시아 이슬람 문화, 실제로 살아보니 불편했을까?

제 경험으로는 이슬람 국가라는 이유 때문에 일상생활이 크게 불편하지는 않았습니다.

처음에는 낯설었던 히잡도, 기도실도, 할랄 표시도, 라마단도 이제는 너무나 익숙한 말레이시아의 일상이 되었습니다.

우리가 그들의 종교를 따를 필요는 없지만 함께 살아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배려하는 방법을 배우게 됩니다.

무슬림과 식사할 때는 할랄 식당을 생각하고, 라마단 기간에는 금식하고 있는 사람을 한 번 더 생각하게 됩니다.

처음에는 ‘왜 이렇게 하지?’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그 배경을 알고 나면 ‘아, 그래서 그랬구나’로 바뀌는 순간이 있습니다.

해외에서 산다는 것은 어쩌면 나와 다른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을 가까이에서 보고, 그 차이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법을 조금씩 배우는 과정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말레이시아에서 생활하며 제가 배우고 있는 것 중 하나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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