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한달 생활비는 얼마나 필요할까요?
말레이시아 취업이나 이주를 생각하는 분들에게 자주 듣는 질문입니다. 그런데 오래 살아보니 하나의 숫자로 답하기 어렵습니다. 혼자 사는지, 맞벌이 커플인지, 아이가 있는 가족인지에 따라 생활비 구조가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월급 RM8,000이라면 혼자 살기는 어떨까?
예를 들어 월 RM8,000~10,000 정도를 받는 젊은 직장인을 생각해보겠습니다.
제가 생활해본 지역을 기준으로 원룸이나 작은 투룸 콘도를 월 RM1,500~2,500 정도에 구할 수 있다면 주거비 부담이 아주 크지는 않습니다. 물론 지역과 콘도에 따라 차이는 있습니다.
회사 가까이 살거나 LRT가 편리한 곳을 선택하면 자동차 없이도 생활할 수 있습니다. 출퇴근은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필요할 때 Grab을 타면 됩니다. 수영장과 Gym이 있는 콘도도 많아 별도의 운동시설이 필요하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제가 주변에서 본 싱글 직장인 중에는 이렇게 살면서 외식하고 여행도 다니고, 남은 돈을 저축하거나 한국으로 보내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RM8,000~10,000 정도라면 젊은 싱글에게 나쁘지 않은 급여라고 느꼈습니다. 물론 소비습관에 따라 결과는 달라집니다.
여기 살다 보면 여행을 정말 많이 다니게 됩니다
말레이시아에 살면서 재미있었던 것 중 하나는 주변 사람들이 여행을 정말 자주 간다는 점입니다.
연차를 붙여 태국, 인도네시아, 베트남 같은 가까운 나라에 다녀오기도 합니다. 동남아 여러 나라가 가깝고 저가항공 선택지도 많아 짧은 해외여행을 계획하기가 비교적 쉽습니다.
그래서 젊은 커플들이 일하면서 여행을 자주 다니는 모습을 볼 때마다 가끔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젊을 때 둘이 여기서 직장생활을 해보는 것도 꽤 괜찮겠다.’
맞벌이 커플이라면 이야기가 더 재미있어집니다
아이 없이 두 사람이 모두 일하고, 합산 월소득이 RM18,000~20,000 정도라고 가정해보겠습니다.
큰 집이 필요하지 않다면 회사와 가까운 적당한 크기의 콘도를 렌트하고 LRT와 Grab을 이용하면서 차 없이 지내는 것도 가능합니다.
제가 특히 편리하다고 느낀 것은 Full Furnished 매물이 많다는 점입니다. 침대, 소파, 식탁,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등이 갖춰진 집을 선택하면 처음 독립하거나 신혼생활을 시작할 때 가구와 가전을 한꺼번에 준비하는 부담이 줄어듭니다.
한국에서는 신혼집을 마련할 때 전세든 월세든 목돈 부담이 생길 수 있고 가구와 가전까지 준비하면 초기비용이 커집니다.
반면 말레이시아에서는 Full Furnished 콘도를 월세로 구하면 비교적 가볍게 시작할 수 있습니다. 제가 경험한 임대계약에서는 보통 Security Deposit 2개월분과 Utility Deposit 반 달 정도가 필요했습니다. 실제 조건은 집주인과 계약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큰돈 들이지 않고 생활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제가 흥미롭게 느낀 것은 단순히 어느 나라가 더 싸다는 것이 아니라 ‘생활을 시작하는 방식’의 차이였습니다.
몇 년간 말레이시아에서 일한다고 생각하면 처음부터 큰 집이나 자동차를 마련할 필요가 없습니다. 회사 가까운 Full Furnished 콘도를 렌트하고, LRT와 Grab을 이용하면서 필요한 만큼 소비할 수 있습니다.
두 사람이 모두 일한다면 생활비를 제외하고 저축할 여지도 생깁니다. 물론 실제로 살다 보면 여행을 자주 가게 돼 여행비가 예상보다 많이 들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집과 자동차에 큰돈을 먼저 넣지 않고 일하면서 저축하고, 휴가 때 여행을 다니는 생활도 젊을 때 해볼 만한 경험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아이가 생기면 계산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여기까지는 싱글이나 자녀가 없는 커플 이야기입니다. 아이가 있다면 생활비는 전혀 달라집니다.
집을 구할 때 회사뿐 아니라 학교 위치가 중요해지고 방도 더 필요합니다. 학교 Pick-up과 Drop-off 때문에 자동차의 필요성도 커집니다.
가장 큰 차이는 교육비입니다. 국제학교를 선택하면 Tuition Fee 외에도 등록비, Deposit, 교복, 교재, 노트북, 활동비, 시험비, Student Pass 등 추가비용이 생깁니다.
아이 둘이 국제학교를 다닌다면 싱글 직장인과 같은 기준으로 생활비를 비교하기 어렵습니다. 저 역시 가족과 생활하면서 집, 자동차, 교육비가 생활비에서 얼마나 큰 부분을 차지하는지 직접 경험했습니다.
결국 생활비보다 중요한 건 어떤 생활을 하느냐입니다
말레이시아에서 오래 살면서 느낀 것은 생활비가 단순히 물가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젊은 싱글이나 맞벌이 커플이라면 처음부터 집과 자동차에 큰돈을 쓰지 않고 필요한 만큼의 집을 빌려 살면서 일하고, 저축하고, 휴가가 생기면 가까운 나라로 여행을 떠나는 생활도 가능합니다.
반대로 아이가 있는 가족이라면 교육과 주거, 자동차까지 훨씬 긴 계획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말레이시아에서 필요한 생활비를 계산하기 전에 먼저 생각해볼 것은 ‘내가 여기에서 어떤 생활을 하고 싶은가’라고 생각합니다.
그게 정해지면 필요한 돈도 훨씬 현실적으로 보일거라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