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에서 아이들과 생활을 시작하면서 학교 다음으로 중요했던 것이 집이었어요.
말레이시아 집 구하기를 처음 시작했을 때 한국과 가장 다르다고 느낀 것은 주거 형태와 월세 계약 방식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아이들 학교와 가까운 콘도미니엄을 구했습니다. 한국에서도 집을 구해봤으니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 생각했지만 계약 방식부터 집 구조, 주변 환경까지 다른 점이 꽤 많았습니다.
저는 말레이시아에서 세 번 이사했습니다. 아이들이 고학년으로 올라가며 학교를 옮기기도 했고, 그때마다 생활에 더 잘 맞는 집을 찾아 이동했습니다. 이사를 할 때마다 집을 보는 기준도 하나씩 늘어났습니다.
한국의 전세와 다른 말레이시아 임대 방식
말레이시아에서는 한국의 전세와 달리 월세 임대가 일반적입니다.
보통 월세 2개월치의 보증금(Security Deposit), 0.5개월치 정도의 유틸리티 보증금(Utility Deposit), 첫 달 월세를 선불로 내는 방식을 많이 볼 수 있는데요,
예를 들어 월세가 RM3,000이라면 처음 약 RM10,500을 준비하는 식입니다. 다만 계약마다 조건이 다를 수 있으므로 반드시 계약서를 확인해야 합니다.
아파트, 콘도, 링크하우스는 어떻게 다를까?
말레이시아에서 집을 알아보면 Apartment, Condominium, Link House, Landed House 같은 표현을 자주 접합니다.
Apartment는 비교적 기본적인 공동주택, Condominium은 수영장, 헬스장, 경비와 출입통제 등 다양한 공용시설을 갖춘 주거단지가 많습니다.
Link House는 여러 채가 옆집과 벽을 공유하며 이어진 저층 주택이고, Landed House는 땅에 지어진 주택을 폭넓게 부르는 표현입니다.
외국인 가족들은 편의시설과 보안을 고려해 콘도나 보안시설이 갖춰진 주택단지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Fully Furnished? 집 구할 때 자주 보는 표현
임대 매물을 검색하면 Fully Furnished, Partly Furnished, Unfurnished라는 표현도 자주 보게 됩니다.
Fully Furnished는 일반적으로 침대, 소파, 식탁 등의 가구와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같은 기본 가전이 갖춰진 집입니다. Partly Furnished는 일부 가구나 가전만 포함되고, Unfurnished는 가구와 가전이 거의 없는 집을 말합니다. 이러한 다른 조건에 따라 임대료도 차이가 나게 됩니다.
다만 같은 Fully Furnished라도 포함되는 물품은 집마다 다르니 계약 전에 직접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한국 집과 달라 처음에는 낯설었습니다
처음 말레이시아 콘도에서 좋았던 것은 높은 천장이었습니다. 한국에서 살던 집보다 개방감이 좋아 집이 더 넓게 느껴졌어요.
반면 벽지보다 흰색 페인트로 마감한 벽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깔끔했지만 코로나 시기에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그 하얀 벽이 너무 답답하게 느껴진 적도 있습니다.
첫 콘도는 주방도 생각보다 작아 불편했습니다. 물론 외국인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이나 고급 콘도에는 넓은 주방과 충분한 수납공간을 갖춘 집도 많지만 보통 한국보다는 작은 주방이 많더라고요.
지도에서는 가까운데 걸어갈 수 없는 곳도 있습니다
말레이시아에서는 지도상으로 마트나 식당이 가까워도 실제로 걸어가기 어려운 경우가 있습니다.
Mont Kiara처럼 상권과 주거시설이 잘 갖춰진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지역에 따라 인도가 충분하지 않거나 걷던 인도가 갑자기 끊기는 곳도 있습니다.
저도 “이 정도면 걸어가면 되겠네” 하고 나갔다가 인도가 갑자기 사라져 당황한 적이 있습니다. 길 건너편에 목적지가 보이는데 가까운 횡단보도가 없어 난감했던 경험도 있습니다.
더운 날씨까지 더해져 가까운 거리도 자동차나 Grab을 이용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주변에 상권이나 학교들이 집중되어 있는 Mont Kiara, Sunway, Bangsar, Desa ParkCity 등 생활 편의시설 접근성이 좋은 지역들이 외국인 거주지로 많이 선호 되기도 합니다.
집을 계약하기 전에 가능하다면 주변을 직접 걸어보고 인도와 횡단보도, 마트·식당 접근성을 확인해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집 방향과 퍼실리티도 확인하세요
더운 말레이시아에서는 오후 햇빛이 강하게 들어오는 서향 집이 상당히 덥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가능하다면 오후에도 방문해 햇빛과 실내 온도를 확인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콘도라면 공용시설(Facilities)도 중요합니다.
사진 속 수영장이 예쁜 것보다 실제로 깨끗하게 관리되는지, 헬스장 기구와 엘리베이터, 복도 등의 관리 상태가 어떤지 살펴보세요.
콘도 안에 작은 마트나 편의점이 있는 곳도 있습니다. 비가 많이 오거나 급하게 필요한 물건이 있을 때 생각보다 정말 편리합니다.
세 번 이사하며 배운 계약과 보증금 관리
저는 집주인이 직접 관리하는 집과 에이전트가 관리하는 집 모두 살아봤습니다.
말레이시아에서는 1년 또는 2년으로 임대계약을 하는 경우가 많고, 퇴거할 때 집이나 가구·가전에 손상이 있다면 계약 조건에 따라 비용을 보증금에서 공제할 수 있습니다.
특히 Fully Furnished 집이라면 입주 첫날 벽의 흠집부터 소파,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까지 사진이나 영상으로 남겨두는 것을 추천합니다. 기존 문제가 있다면 WhatsApp처럼 기록이 남는 방법으로 에이전트나 집주인에게 알려두는 것도 좋습니다.
저도 계약 종료 후 유틸리티 보증금을 제때 돌려받지 못해 몇 번 독촉하다 결국 포기한 경험이 있습니다.
당시에는 잘 모르기도 하고 귀찮아서 ‘이것도 외국에서 살아가는 비용인가 보다’ 하고 넘겼지만 지금은 보증금 반환 시기, 마지막 공과금 정산 방법, 누가 보증금을 보관하고 반환하는지까지 계약 전에 꼼꼼히 확인하고 챙깁니다.
세 번 이사하고 나서야 알게 된 것
처음에는 학교와 가까운지, 집이 예쁜지, 깨끗한지를 먼저 봤습니다.
하지만 세 번의 이사를 거치면서 주방, 햇빛, 교통, 보행환경, 생활 편의시설, 퍼실리티 관리, 그리고 집주인과 에이전트까지 보게 되었습니다.
결국 좋은 집은 가장 비싸거나 화려한 집이 아니라 우리 가족의 하루가 편한 집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처음 말레이시아에서 집을 구한다면 사진 속 예쁜 거실만 보지 말고 그 집에서 보내게 될 하루를 한번 상상해보세요.
저도 세 번의 이사를 거치고 나서야 ‘예쁜 집’보다 ‘살기 편한 집’을 고르는 방법을 알게 된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