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분이 어느 날 저에게 연락을 했습니다.
“나 회사에서 말레이시아 여행 가는데 너 어디 산다고 했지? 간 김에 얼굴이나 보자.”
“저 쿠알라룸푸르요. 여기 오시는 거예요?”
“응… 어디더라? 아, 코타키나발루!”
“잉???”
말레이시아라고 하니 KL과 코타키나발루가 가까운 곳이라고 생각하셨던 겁니다. ㅎㅎㅎ
“여기서 비행기로 2시간도 넘게 걸려요. 우리나라에서 일본 가는 것보다 멀어요.”
“잉? 난 말레이시아라길래 가까운 곳인 줄 알았지.”
충분히 이해됩니다. 저도 처음 말레이시아에 왔을 때는 지도를 제대로 보기 전까지 뭐가 뭔지 잘 몰랐으니까요.
말레이시아는 남중국해를 사이에 두고 크게 두 지역으로 나뉩니다. KL·페낭·말라카가 있는 말레이반도와 보르네오섬의 사바·사라왁입니다.
그래서 같은 국내여행인데도 비행기를 2시간 넘게 타야 하는 곳이 있습니다.
※ 비행시간은 KL 출발 직항 기준 대략적인 시간입니다.
바다와 석양의 도시, 코타키나발루
비행시간: KL → 코타키나발루 약 2시간 30분~2시간 45분
코타키나발루는 사바주의 대표적인 여행도시입니다.
분명 말레이시아인데 KL과는 분위기가 조금 다릅니다. 제 느낌으로는 훨씬 섬에 온 기분이 강하고, 시내와 쇼핑몰도 KL보다는 조금 더 여유롭고 소박한 지방도시처럼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바다로 나가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코타키나발루 앞바다에는 여러 섬이 있어 아일랜드 호핑이나 프라이빗 보트투어를 할 수 있습니다.
제가 특히 좋았던 것은 스노클링이었습니다. 물속에 들어가면 노란색, 파란색 등 알록달록한 물고기들이 바로 앞을 지나갑니다. 열대 바다에서 색색의 물고기들과 함께 수영하는 경험은 오래 기억에 남았습니다.
패러세일링 같은 해양 액티비티도 즐길 수 있습니다. 보트가 달리면서 낙하산을 띄워 바다 위 하늘로 올라가는 것인데, 섬투어와 함께 비교적 부담 없는 가격으로 여러 액티비티를 경험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입니다.
코타키나발루에서는 하루 정도는 시내보다 바다에서 보내는 것을 추천합니다.
해 질 시간은 비워두세요
코타키나발루 하면 선셋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날씨가 좋은 날 바다 쪽으로 해가 내려가면 하늘이 노란색에서 주황색, 붉은색으로 계속 변합니다.
유명 관광지를 하나라도 더 보려고 바쁘게 움직이기보다 하루쯤은 해 질 시간을 비워두고 천천히 석양을 바라보는 것도 좋습니다.
조금 더 긴 일정이라면 Kinabalu Park까지 가볼 수 있습니다. 키나발루산은 해발 4,095m로 말레이시아에서 가장 높은 산입니다. 정상에 오르지 않더라도 산과 숲을 둘러보며 사바의 또 다른 자연을 만날 수 있습니다.
저라면 코타키나발루는 최소 3박 4일 정도 여유를 두고 여행하겠습니다.
오랑우탄과 원주민 문화를 만나는, 쿠칭
비행시간: KL → 쿠칭 약 1시간 50분~2시간
사라왁주의 주도 쿠칭은 코타키나발루와 또 다른 여행을 할 수 있는 곳입니다.
Sarawak River를 따라 Waterfront를 걷고, 사라왁의 다양한 민족과 문화를 만나보는 것이 쿠칭 여행의 매력입니다.
Sarawak Cultural Village에서는 이반(Iban), 비다유(Bidayuh) 등 여러 민족의 전통 가옥과 생활방식, 춤과 문화를 볼 수 있습니다.
말레이시아 하면 흔히 말레이계·중국계·인도계만 떠올리기 쉽지만 동말레이시아에 오면 보르네오의 훨씬 다양한 민족과 문화를 만나게 됩니다.
쿠칭에서 특별한 경험을 하고 싶다면 Semenggoh Wildlife Centre도 가볼 만합니다.
이곳은 일반적인 동물원과 달리 구조·재활된 오랑우탄이 자연에 가까운 숲에서 생활합니다. 먹이 시간에 모습을 볼 기회가 있지만 야생에 가까운 환경이라 항상 나타난다고 장담할 수는 없습니다.
저는 오히려 그런 점이 보르네오 여행답다고 생각합니다.
시간이 있다면 Borneo Cultures Museum도 함께 둘러보면 좋습니다. 보르네오의 역사와 원주민 문화, 자연환경을 한곳에서 이해할 수 있어 관광지만 보는 여행보다 동말레이시아를 훨씬 깊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같은 나라 안에서 만나는 전혀 다른 여행
사바와 사라왁은 단순히 KL에서 멀리 떨어진 지방이 아닙니다.
1957년 독립한 말라야와는 다른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사바와 사라왁은 1963년 말레이시아가 형성될 때 함께 연방을 구성했습니다.
그래서 동말레이시아를 여행하다 보면 같은 나라 안에서도 자연과 음식, 민족과 문화가 이렇게 다를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합니다.
코타키나발루에서는 섬과 스노클링, 석양을 즐기고 쿠칭에서는 열대우림과 오랑우탄, 보르네오의 다양한 문화를 만납니다.
“말레이시아니까 다 가까운 거 아니야?”
저도 처음에는 잘 몰랐습니다.
하지만 살아보고 여행해 보니 알게 되었습니다.
바다 건너에는 우리가 생각했던 것과 또 다른 말레이시아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