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봄, 저는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말레이시아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사실 처음부터 말레이시아를 생각했던 것은 아닙니다. 아이들의 해외 교육을 고민하면서 필리핀, 호주, 캐나다, 말레이시아를 알아봤고, 직접 답사를 다녀오기도 했습니다.
필리핀에는 아는 언니가 살고 있어서 여러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직접 가보니 쇼핑몰에서 장총을 든 보안요원들의 모습도 눈에 들어왔고, 운전기사 없이는 자유롭게 돌아다니기 어렵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물론 필리핀 전체가 그렇다는 뜻은 아니지만, 당시 아이들과 함께 생활할 곳으로는 조금 걱정스러운 부분이 있었습니다.
호주와 캐나다도 좋은 선택지였지만 현실적인 고민이 있었습니다. 한국보다 높은 물가와 생활비, 아이들의 아빠가 자주 오가기에는 먼 거리도 고려해야 했습니다.
그렇게 여러 나라를 고민하다가 말레이시아를 직접 답사하게 되었습니다.
말레이시아를 처음 만났던 날
지금도 그때의 어느 새벽이 생생하네요.
가족들이 잠든 사이 혼자 잠에서 깼습니다. 에어비앤비로 예약한 숙소에서 창밖을 바라보는데 낯선 나라의 새벽 풍경이 눈에 들어왔고 그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여기 정도면 살 만하겠다.”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국제학교도 많았고, 학교마다 교육의 질과 학비가 상당히 달라 다양한 선택지가 있었습니다. 한국과의 거리도 호주나 캐나다에 비해 부담이 적었던 것도 기러기맘으로 살아야 하는 저에게는 좋은 이유였습니다.
그 순간의 느낌이 지금 생각해도 참 신기합니다.
어쩌면 정말 운명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2019년, 아이들과 함께 말레이시아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아이들 교육으로 시작한 새로운 생활
말레이시아에 오기 전까지 저는 한국에서 오랫동안 직장생활을 했습니다.
그런데 해외에 와보니 익숙했던 일상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처음에는 영어도 큰 부담이었습니다. 한국에서 영어를 접할 기회는 있었지만, 실제 생활에서 영어를 사용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였습니다.
집을 알아보고, 학교에 문의하고, 필요한 일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영어를 사용해야 했습니다. 상대방이 빠르게 이야기하거나 예상하지 못한 질문을 하면 당황하기도 했습니다.
못 알아들으면 다시 물어보고, 때로는 번역기를 사용하면서 하나씩 해결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영어도 운전도 비슷했습니다. 처음에는 막막했지만 계속 부딪히다 보니 조금씩 익숙해졌습니다.
그리고 저에게 가장 큰 도전 중 하나였던 것이 바로 운전이었습니다.
한국에서 10년 넘게 운전했는데 말레이시아에서는 다시 초보
한국에서 저는 10년 넘게 운전을 했습니다.
그래서 말레이시아에서도 운전은 금방 적응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었죠.
그런데 말레이시아는 한국과 운전석과 주행 방향이 반대였습니다.
평소 겁이 많은 저는 처음부터 혼자 운전할 자신이 없었습니다. 결국 렌터카를 빌리면서 렌터카 사장님께 비용을 드리고 약 2시간 정도 운전 연수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부터 아이들 학교 픽드랍을 시작했습니다.
정말 멘붕이었습니다. 😨
아이들을 차에 태우고 학교에 가는 짧은 길도 온 신경을 곤두세우고 운전해야 했어요.
“내가 제대로 가고 있는 게 맞나?”
“오늘 무사히 학교에 데려다줄 수 있을까?”
처음 얼마 동안은 운전을 마치고 차에서 내리면 등이 땀으로 흠뻑 젖어 있을 정도였습니다.
한국에서 10년 넘게 운전했는데도 다시 초보 운전자가 된 기분이었죠.
그래도 매일 운전하다 보니 조금씩 익숙해졌습니다. 지금은 말레이시아에서 운전하는 것이 한국에서 운전하는 것보다 자연스럽지만, 처음 운전대를 잡았던 그 긴장감은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매일 반복되던 학교 픽드랍
아이들이 국제학교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학교 픽드랍은 제 일상의 중요한 부분이 되었습니다.
말레이시아에서는 국제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을 부모가 직접 데려다주고 데려오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습니다. 스쿨버스를 이용할 수도 있지만, 스쿨버스 비용이 부담스러울 수 있고 상대적으로 기름값 부담이 크지 않다 보니 직접 운전하는 가정도 많았습니다.
특히 아이들 교육을 위해 해외에 온 엄마들은 직장생활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보니 자연스럽게 아이들의 학교생활을 중심으로 하루가 돌아갑니다.
저 역시 그랬습니다. 엄마들끼리 만나면 우스게 소리로 우리는 그랩기사라며, 여기 살면서 느는 건 운전 실력 뿐이라며… ㅎㅎ
아침에 아이들을 깨우고, 식사와 도시락을 준비하고, 학교에 데려다주고, 오후에는 다시 데리러 갔습니다.
처음에는 별것 아닌 것처럼 보였지만 매일 반복되는 생활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습니다.
기러기맘에서 다시 직장인으로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제 생활에도 변화가 생겼습니다.
아이들이 어릴 때는 학교와 집, 아이들을 돌보는 것이 하루의 대부분이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크면서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졌고, 저에게도 다시 새로운 시간이 생겼습니다.
처음에 말레이시아에 올 때는 다시 일을 하게 될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는데… 저만의 시간이 생기고 점점 말레이시아 생활이 지루해질 쯤 저는 말레이시아에서 다시 직장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한국에서 오랫동안 직장생활을 했지만 해외에서 다시 일을 시작하는 것은 또 다른 도전이었습니다.
아이들을 돌보던 생활에서 다시 직장인으로 돌아가는 과정은 쉽지 않았지만, 그 경험 역시 지금의 저를 만드는 중요한 과정이 되었습니다.
아이들 교육을 위해 시작한 말레이시아 생활이 어느 순간부터는 제 자신의 삶으로도 이어진 것입니다.
여행이 아닌, 실제 생활을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처음에는 아이들의 교육 때문에 말레이시아에 왔습니다.
하지만 하루하루 살아가다 보니 어느덧 7년이 넘었습니다.
그동안 운전도 하고, 이사도 하고, 아이들의 학교생활도 챙기고, 혼자 해외에서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해보기도 했습니다. 아이들이 성장한 뒤에는 다시 직장생활도 시작했습니다.
돌이켜보면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가끔은 “내가 다시 처음부터 이 생활을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듭니다.
하지만 그만큼 많은 것을 경험했고, 저도 많이 달라졌습니다.
그래서 이 블로그에서는 단순히 인터넷에서 찾은 정보를 모아서 소개하기보다는 제가 말레이시아에서 실제로 생활하면서 경험하고 느낀 이야기를 기록해보려고 합니다.
아이들 국제학교와 교육 이야기, 말레이시아에서 집을 구하고 이사했던 경험, 운전과 생활비, 장보기와 일상생활, 그리고 아이들이 성장한 뒤 다시 직장생활을 시작하면서 겪은 이야기까지 제가 직접 경험한 것들을 하나씩 남겨보겠습니다.
완벽한 해외생활 이야기는 아닙니다.
때로는 당황했고, 실수했고, 힘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과정을 지나면서 말레이시아는 어느덧 제 삶의 한 부분이 되었습니다.
아이들 교육 때문에 시작한 말레이시아 생활.
그리고 이제는 제 이야기가 되어버린 말레이시아 생활.
이 블로그는 그 이야기에서 시작합니다.